잠깐 동안의 소나기를 어두운 송림이 흡묵지(吸墨紙)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 색깔은 벌써 한겨울을 생각케 하는 깊은 가을빛을 하고
마음속에 쏟어져서 슬프게 밖으로 넘쳐나고 만다..
잠시 후면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넓은 고요가 찾아올 것이다..
마을과 마을은 멀리 떨어져 버리고 나무란 나무는
고즈넉이 모여 서 있다..
그리하여 또 다른 고요함이 마을과 숲을 군데군데 감싸안고 있다
바다로 쏟어지려는 듯한 송림 위를
다시 한바탕 소나기가 적시고 지나간다
더욱 고요함을 펼치고 그 뒤로는 하늘의 깊이를 덮여씌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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