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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andTears.net > 빗소리 음악소리
2010-07-19 21: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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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을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함민복·시인,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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