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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함께 그리움은 커피향에 젖다 / (宵火)고은영

2007-12-23 16:43:55

비와 함께 그리움은 커피향에 젖다 / (宵火)고은영

밤이면 밀물로 도지는 불면 위
그립도록 보고픈 사람들
보고픔을 솎아내는 추억를 끌어안고
비 내리는 도심의 후미진 외등처럼
흔들리는 바람 같은 존재
인간에게 그리움은 필연이다

제길,
소주 한잔이라도 나발불 줄 알면
낮 술에라도 흠씬 취해서 맘 가는 친구에게
"보고 싶다 만나자!"
신소리라도 내지르고 싶은 비 내리는 날은
끝없이 이어지는 술잔에 취한 그리움을
꼭 끌어 안고 잠들면 그도 좋고

고적한 카페 창가
할 일 없이 망연하게 직시하는 빗줄기 사이
암갈색 커피 향에 흐르는 감성마다
사랑하는 임을 맘껏 중심에 채워도 좋고

그러나 지금은 더럽게 끈적이는
극심한 불쾌지수 목덜미를 조이고
양쪽 겨드랑이에 여차하면 돋아날 날개에
푸른 빛을 허락하지 않는 정지된 시간

여름은 만조 된 계절의 청춘을 따라
더위를 식혀 줄 향긋한 사연 하나 없이
올해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중충한 7월 8월
내내 비만 내리다 입추가 오고
여름은 그렇게 파장 나 버리고 말았다

맑은 하늘 한 번 기억에 담지 못한
행간 사이로 끈적이던 비와 비들
그리고 그리움만 부르는 비만큼
웬종일 커피를 마시며 커피 향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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